이제,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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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 영화, 연극


7.11. 씨네큐브
레인(2008)


비 개인 후의 화창함은, '비'가 온 뒤에만 볼 수 있는 것.  

'성공한 여성'이라는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로 한 미셸. 
주변에서 가장 성공한 여성이라고 할 수 있는 아가테를 주인공으로 선정하고,
이 소식을 들은 카림은 아가테와의 어릴적 친분을 바탕으로 동참을 요구한다. 
'성공한 여성'을 그리는 다큐 제작은
그렇게 시작한다. 
하지만 다큐 한 편을 찍는 것이 쉽지 않다. 
일상에는 항상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고,
허점이 없는 완벽한 사람이란 사실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좀 더 허점이 많은 사람들이, 평소보다 좀더
많은 변수를 만나게 되니,
다큐 한 편 제작이 쉽지 않은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대단한 다큐 감독처럼 하고 다니는 미셸은 정작은 처녀작 이후에 완성된 작품 하나 내놓지 못한 허풍쟁이에다
생각한 이야기를 내뱉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 수다쟁이이다.
카림은 진지하고 재능도 있는 듯 보이지만, 사회적 차별(인종, 신분, 장애)로 인해 관계 맺는데 익숙치 않은, 냉소적인 사람이다. 
아가테는 베스트셀러 작가에서 주지사까지 넘보는 정치인으로 성장한 페미니스트이지만,
주변 사람을 아끼고 돌보는데에는 서툰사람이다.
겉으로 볼 때에는 잘 모르겠지만, 실상은 다들 허점이 많은 사람들이다.
주변 사람들도 다르지 않다.
아가테의 여동생 플로랑스는, 언니의 뒤 편에서 부모님께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탓에, 항상 우울하고 신경질적이다.

이러한 사람들에게 갑자기 많은 변수가 생겨난다.
이혼남 미셸은 플로랑스랑 사랑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아가테보단 플로랑스에 대해 관심이 더 많이 간다.
여기에다 오래간만에 만난 아들 갑자기 자동차 캠핑을 간다며 만난지 얼마되지 않아 또 떠나간다. 우울할 수밖에 없다.
플로랑스는 남편과의 관계를 어떻게 할 지에 대해서 고민한다. 남편에게 신경질적일 수밖에 없고, 근심이 떠나지 않을 수밖에 없다.
나름대로 신중한 카림이지만, 유부남이란 처지를 망각한 채 호텔에서 함께 일하는 여성과 사랑에 빠지고 만다.
아가테는 휴가차 함께 온 남자친구에게서 이별 통보를 받는다. 
뿐만 아니라 카림이 장난스럽게 만든 편집본에서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폭군으로 여긴다는 것을 발견한다. 

허점 많은 사람들과 갑자기 많은 변수가 만난 최절정은,
촬영을 위해 힘겹게 산에서 만들어진다.
몸도 맘도 지친 그들은 정말 힘들게 촬영하러 간다.
그런데 이제는 정말 쉽지 않다.
양떼들 때문에 제대로 촬영도 하지 못하고,
타고온 차는 잘못 주차한 탓에 다른 차량과 부딪혀 뒤집혀서 탈 수 없게 되어버렸고,
핸드폰도 안터지는데다가, 갑자기 폭우마저 쏟아진다.
결국 아가테는 중요한 정치대회에 참가하지 못하게 된다. 
영화 속에서 쏟아지는 폭우처럼, 인생에도 엄청난 폭우가 내리기 시작한다.
이를 시작으로 폭우는 더욱 쏟아진다.
카림은 미셸이 허풍쟁이인 것을 알게 되고,
아가테는 플로랑스의 상처를 비로소 인지하게 된다.
미셸은 플로랑스로부터 이별 통지를 받게 된다.
 
과연 이들은 이러한 우여곡절, 좌충우돌 속에서 다큐를 완성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들이 다큐를 완성하는지, 못하는 지는 중요하지 않다.
비 속을 걸어본 사람만이 비 개인 후의 화창함을 느낄 수 있는 법.
비가 그친 뒤에는 맑은 하늘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법.
 
그들은 다큐 촬영과 함께 새로운 폭우를 만났고,
그 덕분에 비 개인 후의 화창함을, 새로운 삶을 맛보게 되었으니까.
비가 그치고 나니, 전과 다른 또 다른 일상과 사람이 다가와 있었으니까.   
비를 맞지 못했다면, 소중함들을 알 수 있었을까.
비가 없었다면, 또 다른 삶의 전환의 계기가 생길 수 있었을까.
'레인'은 그렇게 쏟아지는 비와 그 비가 개인 후를 보여주면서, 삶과 사람을 고민해게 해준다.


엉뚱함에 흠뻑 젖는 영화, 익살스러운 음악에 흠뻑 젖게되는 영화, 레인.

아무래도 이러한 영화, 레인의 매력은
엉뚱한 일상을 특별하지 않게 주절주절 쏟아내고,
시의적절하게 풍자스럽고 익살스러운 음악을 울려주는 것이다.
어느 순간
작은 엉뚱함에, 익살스러운 음악에,
흠뻑 젖어서 웃고 있는 나를 보게 된다.


오늘, 쏟아지는 폭우 속을 걸으며, 이 영화를 생각했다.
이렇게 오늘이 지나면, 내일은 맑은 날이 오겠지.
나의 인생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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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레인 - 고품격 코미디 프랑스 영화 2009/07/19 03:34 #

    0. 한 차례 물폭탄이 떨어졌던 지난 일요일 광화문 씨네큐브에 다녀왔다. 아녜스 자우이 감독의 신작 '레인'을 보러갔다. 영화제목 때문인지 영화관 가는 길에 내리는 비가 싫지 않았다. 오히려 '이 영화에 어울리는 날씨인걸' 하는 실없는 생각도 해보았다. 기대했던대로 스크린에서 다시 만난 아녜스 자우이와 장-피에르 바크리는 반가웠고 유쾌한 시간을 선사했다. 1. 작품소개 레인 Let it Rain (Parlez-...... more

덧글

  • oskar 2009/07/19 03:33 # 답글

    익살스러운 음악이 정말 좋았어요 ㅎ 그러고 보니 아녜스 자우이 감독이 음악도 참 잘 쓰는것 같아요. 저도 재밌게 보고 왔답니다. ㅎ
    트랙백 걸고 갑니다 :)
  • 평상심 2009/07/21 02:08 #

    음악 덕분에 보는 내내 더 유쾌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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