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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



컨설턴트 책, 만화


컨설턴트(2010)
임성순/ 은행나무

1.
신인 작가들의 글에는 생기가 있다.
그 생기는 신인이기에 가지는 약간의 투박함을 촌스러움이 아니라, 풋풋함으로 만든다. 
가끔씩 그런 글을 읽고 싶을 때가 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검증되지 않은 아무런 작가의 작품을 선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 상황에서 나름 괜찮은 신인 작가의 젊은 글을 만나게 해주는 것이, 
바로 한겨레 문학상과 세계 문학상인 듯 하다. 
상을 타서 좋은 작품이라기 보다,
그냥 한겨레 문학상과 세계 문학상에 대한 나의 나름의 신뢰라고 표현할 수 있을 듯. 

2.
죽음마저 구조조정하는 사회.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문구처럼, 구조조정은 사람을 사지로 내모는 것과 다를바 없다.
그런데 이제는 더 나아가 죽음마저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었다.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는데 불필요한 사람으로 여겨지는 사람을 제일 완벽하게(?) 구조조정하는 방법은,
상대방의 자연스러운 죽음을 만드는 것이다. 자살로 보여지도록 하는.

책 '컨설턴트'는 회사로 들어온 의뢰에 따라 자연스러운 죽음을 만들기 위해 시나리오를 쓰는 '나'의 이야기이다.  

발상의 전환. 여기에다 생동감있는 글쓰기는 책이 술술 읽히게 한다.
하지만 마냥 추리 소설과 같은 흥미진진함으로 읽을 수 없는 것은,
우리의 현실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경쟁 사회. 서로를 짓누르고 올라가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사회.
어쩌면 죽음을 청탁하는 일. 충분히 있을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러한 가능성이 소설을 더 흥미롭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현실 가능성과 상상력의 경계에서 이루어지는 애매한 줄타기. 
이 소설처럼 죽음을 청탁하고, 실제로 누가 다른 사람의 죽음을 설계한 것까지는 아니겠지만, 우리 사회에는 유사한 죽음도 있다. 
가끔씩 사회적 타살이라고 표현되는 자살들.
그래서 어쩌면 이 소설은 현실의 반영, 현실에 소설적 요소를 가미한 재구성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재미있으면서도,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는지도...

소설 속의 '나'는 말한다.
진정한 구조는 조정되지 않는다. 사라지는 것은 늘 구조의 구성원들 뿐이라고...
구조조정에서 살아남는 것은 구조일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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